좋은글

정다운 얼굴들

정윤덕 2020. 6. 1. 12:10

정다운 이름들



안동 사범학교,그 젊음의 시절

물경 60여년전의 그 때를 돌아보니

벗들이여,

참으로 세월이 많이 흘렀구려!

 

가난했지만 꿈이 있었고

철은 없었지만 새파란 하늘처럼 투명했던,

시골학교 촌놈에게 별 용빼는 수야 없었겠지만

그래도 인생이라는 미지의 설레임에

나름대로의 꿈, 황홀한 삶의 로망을 꿈 꾸었던 그 때

 

아, 이제는 끊어진 흑백영화처럼 희미하지만,

이름을 부를 때마다 정겹게 묻어나는 추억들

언제 불러도 다정한 벗들의 이름이여,

이제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의 강 하구에

이렇게 아득히 흘러와 있지만,

 

유행가 가사처럼

무심한 세월을 한탄하며 슬퍼한들 무엇하리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남아있고

한숨만 쉬기에는 우리의 젊음?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유엔의 새 기준으론 80세까지가 아직 중년이고

미상불 그 중년의 기준도 장차 더 길어질 듯하니,

내가 아직 중년이라는 사실,이 어찌 가슴 벅차지 않을까?

100세의 나이에도 정정한 김형석 교수의 회고가 멋있구나

"생애 최고의 해는 70대 후반이었다!"

 

벗들이여,

부디 건강을 보전하기 바라네.

지나간 세월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닥아올 미래는 우리의 것이니

우리 다시 웃음 띤 얼굴로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험한 풍랑을 헤쳐 이제 포근한 포구에 이른 우리

이제 지나간 세월에 건배하며,

남은 시간들을 아름답게 누리세나,

 

하기사 큰 소리치긴 쉽지만

누가 내일 일을 장담할 수 있을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암울한 상황 속에서,

그래도 떠나려는 연인을 붙잡듯 간절한 소망으로

우리들의 내일을 기약해야지,

우리에겐 아직 많은 밝은 날들이 있으려니...

 

기약할 수 없는 우리들의 해후,

과연 언제,언제일까?

 

어느새 반백년 세월이 흘러버렸네.
꿈도 많은 청소년기였는데..
지나간 세월이 우리를 주름깊게 했지만
그래도 후회없는 삶이었지.

새상이 온통 초록색 물감칠이고
곳곳이 꽃천지를 이루건만
코로나19로 발묶인 도심은 삭막하기만 하다네

정다운 이름들
이젠 만나기조차 힘들게 되었으니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 했던가..

주락이가 보내준
천상병 시인의 귀천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리해야 할텐데..

자네가 빠진 우리만의 만남은
기회도 별로지만
정겨운 대화 없는 그냥 웃음의 안부뿐

그립네 그리워
대구 녹향의 음악감상도
한잔의 술에 취해 토해내던 푸념도
덴노에 웃던 반짝이던 눈빛까지..


나 아직은 하늘로 돌아가지 않으려네
자네만나 그리운 얼굴도 봐야하고
노래방에서 풍부한 성양의
자네 바리톤목소리도 들어야하고 ..
그 날 기다리며 건강지키려한네

건강하시게
포근한 포구에 안착한 우리들 모두가
만날 날 기다리며...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복:초복 중복 말복  (0) 2020.07.14
노년인생  (0) 2020.06.29
이어령  (0) 2019.10.19
내손에  (0) 2018.09.07
내방가사  (0) 201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