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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남자 가을 여자

정윤덕 2015. 10. 29. 19:51

가을남자 가을여자

가을이 오면

가을 여자는 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고

가을 남자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길 원한다

 

가을女子는

홀로 떠난 여행 길

어느 낯선 간이역 플랫폼 마지막

열차가 남기고 가는 비명 속에서

이미 전설로 남겨진 잃어버린 여자를 환생시키며

홀로된 고독에 묻히고 싶어한다

엷은 카키색 버버리 코트 깃을 세우고

어둠이 병풍처럼 둘러 처진 텅 빈 플랫폼에서

후두둑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도 가을여자에겐 전혀 허물없어 보인다

때로는 고독孤獨한 女子가

아름다울 때도 있지 않던가 ...

 

가을男子는

갓 잡아 올린 등푸른 생선의 비늘처럼

찰랑거리며 윤기 흐르던

미루나무 광채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메마른 수수깡처럼

가슴이 푸석해진다

 

가을여자가

'잃어버린 여자'를 환생시키고 있을 때

가을남자는

기억의 저편,

신화처럼 살아있는

오월의 장미를 기억해 내며

목젖으로 올라오는 쓸쓸함을 삼킨다

 

가을여자는

홀로 떠난 여행길에서

여자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옥죄는 결박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깊숙이 숨겠노라 다짐하지만

그건 늘 꿈꾸는 일상의 희망사항일 뿐

숨 죽였던 생명들이 소생하는 새벽이 오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첫 차를 탄다

 

가을남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 곱게 물든 ]

어느해 가을

산기슭에 흘렸던

장미의 눈물을 기억하며

마음의 지도를 꺼내놓고

추억을 더듬어 가지만

가날픈 신음소리만 귓가에 맴돌뿐

회상할수록 장미의 모습은 흐릿하게 멀어져간다

홀로 술 마시는 가을남자는

그래서 더 쓸쓸하다

 

가을여자가

가을남자가

가을이면 앓는 병病..

▶ 글 : 작자미상 (가을의 전설 컬럼 중에서) ▶ 낭송 : 강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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