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남자 가을여자
가을이 오면
가을 여자는 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고
가을 남자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길 원한다
가을女子는
홀로 떠난 여행 길
어느 낯선 간이역 플랫폼 마지막
열차가 남기고 가는 비명 속에서
이미 전설로 남겨진 잃어버린 여자를 환생시키며
홀로된 고독에 묻히고 싶어한다
엷은 카키색 버버리 코트 깃을 세우고
어둠이 병풍처럼 둘러 처진 텅 빈 플랫폼에서
후두둑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도 가을여자에겐 전혀 허물없어 보인다
때로는 고독孤獨한 女子가
아름다울 때도 있지 않던가 ...
가을男子는
갓 잡아 올린 등푸른 생선의 비늘처럼
찰랑거리며 윤기 흐르던
미루나무 광채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메마른 수수깡처럼
가슴이 푸석해진다
가을여자가
'잃어버린 여자'를 환생시키고 있을 때
가을남자는
기억의 저편,
신화처럼 살아있는
오월의 장미를 기억해 내며
목젖으로 올라오는 쓸쓸함을 삼킨다
가을여자는
홀로 떠난 여행길에서
여자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옥죄는 결박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깊숙이 숨겠노라 다짐하지만
그건 늘 꿈꾸는 일상의 희망사항일 뿐
숨 죽였던 생명들이 소생하는 새벽이 오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첫 차를 탄다
가을남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 곱게 물든 ]
어느해 가을
산기슭에 흘렸던
장미의 눈물을 기억하며
마음의 지도를 꺼내놓고
추억을 더듬어 가지만
가날픈 신음소리만 귓가에 맴돌뿐
회상할수록 장미의 모습은 흐릿하게 멀어져간다
홀로 술 마시는 가을남자는
그래서 더 쓸쓸하다
가을여자가
가을남자가
가을이면 앓는 병病..
▶ 글 : 작자미상 (가을의 전설 컬럼 중에서) ▶ 낭송 : 강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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