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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당신

정윤덕 2012. 5. 30. 19:31

나, 당신

아침에 눈뜨면

내 옆 화장기 없는  푸시시한 얼굴에서

갓 색시때의 아내를 그려보고

행복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 나이에

한 이불 아니면 안 되었고

손가락 하나라도 잡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던 나, 당신

그래서 오늘도 행복을 느낀다.

 

넉넉하진 못하지만

공기 맑은 팔공산 자락 아담한 아파트에

연금 타 분수에 맞게 살아왔고

두 자식 출가시켜 손자 손녀 안아 봤으니

더 이상 욕심은 금물.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

열무김치 고추장에 비벼

찢어질 듯 입속에 감추고

이마 맺힌 땀 씻어주며

서로에게 감사하는 행복.

 

홍두깨로 밀어 만든 손국수에

호박 열무 넣어 끓여

가까운 친구 내외 불러와

후후 불며 먹는 재미

이 즐거움이 행복이련가.

 괴산

기다리는 여자 친구는 없지만

내 손길 기다리는 30만 꿀벌들

상추 쑥갓 얼갈이 무와 배추

고추 오이 토마토 옥수수

매주 두번 땀으로 만나

가을 김장 내 손으로 장만하니

이것 또한 신이 주신 행운이라오.

 

게으름을 피우다

빠뜨리기 일수지만

손잡고 걷는 산책에

돌 위에 걸터 앉아

초저녁 달을 보는 운치도

나, 당신만의 복이었지.

 

나, 당신

함께 한 40여년

기쁨도 어려움도 많았고

고비마다 묵묵히 이겨낸 당신 있어

보람의 내일이 행복하다오.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염색해 주며

무심히 했던 말

그래도 나, 당신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당신, 나 밖에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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